보도자료
[데스크 칼럼] 박물관·미술관은 살아 있다
기사 링크 : https://www.hankyung.com/opinion/article/2021051264491
[데스크 칼럼] 박물관·미술관은 살아 있다
지난 주말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았다. 박물관이 영국 국립초상화미술관과 함께 마련한 특별전 ‘시대의 얼굴, 셰익스피어에서 에드 시런까지’를 보기 위해서였다. 이번 전시는 1856년 설립된 이 미술관이 소장한 방대한 초상화 컬렉션 가운데 78점의 명작을 국내 최초로 소개하는 자리다.
전시장인 상설전시관 특별전시실은 관람객들의 조용한 열기로 가득했다. 그럴 만했다. 이 미술관의 1호 컬렉션인 대문호 셰익스피어부터 스페인의 무적함대를 물리친 엘리자베스 1세, 찰스 다윈과 아이작 뉴턴, 록밴드 비틀스와 가수 에드 시런, 엘리자베스 여왕과 다이애나비까지…. 당대 최고의 작가들이 만든 76명의 초상화나 인물사진 등은 그들의 삶과 마주하게 하는 동시에 삶의 자세를 되돌아보게 했다.
갈 길 먼 문화 선진국
박물관은 이처럼 과거를 통해 현재를 비추고 미래를 내다보게 하는 지혜와 성찰, 학습과 교육의 공간이다. 우리는 박물관과 미술관을 따로 부르고 있지만 원래는 한 뿌리다. 박물관·미술관을 뜻하는 영어 뮤지엄(museum), 프랑스어 뮤제(musee), 독일어 무제움(museum) 등은 모두 고대 그리스 신전의 보물창고였던 ‘무세이온(museion)’에서 나왔다. 국내에서는 그 창고에 담긴 보물의 종류에 따라 대체로 근대 이후 순수 예술품을 전시하면 미술관, 근대 이전의 유물을 전시하는 곳을 박물관으로 분류할 뿐이다.
이건희 삼성 회장 유족들의 대규모 작품 기증 이후 박물관과 미술관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졌다. 새로운 미술관 건립 요구도 많아졌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펴낸 ‘전국 문화기반시설 총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국의 국공립·사립·대학 박물관은 모두 897개, 미술관은 267개다. 2015년의 박물관 780개, 미술관 202개에 비하면 많이 늘었지만 선진국에 비하면 여전히 태부족이다.
박물관은 인구 5만7803명당 1개, 미술관은 19만4194명당 1개다. 박물관·미술관을 합친 1관당 인구수는 4만4518명. 독일(2만 명), 일본(3만7000명) 등에 비해서는 갈 길이 멀다. 문체부는 2019년 ‘박물관·미술관 진흥 중장기계획’을 발표하면서 2023년까지 박물관은 1013개, 미술관은 297개로 늘린다는 목표를 잡았지만, 코로나19 상황에서 순조롭게 달성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박미 주간'을 아시나요
문화 선진국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전시 공간 확충, 소장품 확보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이용률 제고다. ‘2018 문화향수 실태조사’에 따르면 1년 동안 박물관과 미술관을 방문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100명당 16.5명에 불과했다. 2023년까지 이를 30% 수준으로 높이겠다는 게 정부 계획이지만 코로나19를 감안하면 이 또한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마침 14일부터 23일까지는 ‘2021 박물관·미술관 주간’(박미 주간)이다. 박미주간은 ‘세계 박물관의 날’(5월 18일)을 계기로 2012년부터 문체부와 국제박물관협의회 한국위원회가 매년 주최하는 이용 촉진 행사다.
올해에는 ‘박물관의 미래: 회복과 재구상’을 주제로 전국에서 다채로운 온·오프라인 행사가 펼쳐진다. 주제와 연계한 다양한 프로그램은 물론 코로나 상황을 감안해 집에서도 박물관·미술관을 만날 수 있는 ‘뮤궁뮤진’, 전국의 박물관·미술관 명소를 찾아다니는 도장찍기 여행 ‘뮤지엄 꾹’ 등 흥미로운 행사들이 많다.
뮤지엄 나들이를 가보자. 그러면 발견할 수 있다. 박물관·미술관이 살아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