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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기억으로 향기로…’ 잰척하는 미술관, 치유와 회복의 공간 되다

등록일 2023.05.15

‘기억으로 향기로…’ 잰척하는 미술관, 치유와 회복의 공간 되다

어려운 현대미술 쉽게 풀어낸 2개 전시

사비나미술관, 한복의 기억을 소환

환기미술관, 김환기 입체적으로 읽기


사비나미술관 ‘예술 입은 한복’ 전시전경 [사비나미술관 제공]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현대미술은 어렵다. 적어도 어렵게 느껴진다. 작품 앞에 서면 잘 모르더라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할 것 같다. 짐짓 아는 척은 덤이다. 자칫 미술관의 문턱이 높게 느껴졌다면, 강북의 미술관 두 곳의 전시를 눈여겨볼만 하다. 관람자의 기억을 끌어내거나, 소리와 향을 통해 작가의 예술 세계를 이해하도록 돕는 등 모두에게 ‘친절한 전시’가 한창이다. 거창한 미술담론 장으로서의 미술관이 아닌 치유와 회복의 장소임에 방점을 찍었다.


양대원, 연인-월하정인, 광목천 위에 한지, 혼합재료, 47x57cm, 2023 [이한빛 기자]

▶사비나미술관, 내 어릴적 한복의 기억= 달마저 기울어가는 야심한 밤에 남녀가 나란히 섰다. 무슨 재미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지 알콩달콩 아슬아슬한 분위기가 화폭을 넘어까지 이어진다. 조선 대표작가로 꼽히는 신윤복의 ‘월하정인’이 양대원 작가의 손에 새롭게 탄생했다. 이지러진 달과 담벼락, 남녀의 포즈에서 원작인 ‘월하정인’이 쉽게 떠오르지만 간결한 선, 한지와 광목천이라는 매체가 새롭다. 작가는 펼치면 평면이지만 입으면 입체가 되는 한복의 특성을 인간 속성과 본질과 연결해 탐구한다.

어릴 명절이면 누구나 입었던 한복을 현대 미술작가가 재해석했다. 서울 은평구 사비나 미술관은 ‘예술 입은 한복’전을 개최한다. 권기수, 남경민, 다발킴, 양대원, 여동헌, 이설, 이수인, 이이남, 이중근, 이후창, 이희중 등 11명의 작가가 참여해 전통문화인 한복에 동시대를 담아 표현했다.


남경민 작가가 그린 신사임당(사진 왼쪽)과 황진이의 방 [이한빛 기자]

한복은 남녀·계급의 구분이 뚜렷한 옷이다. 풍차바지와 두루마기는 남성들만이 입었고, 황후 예복인 적의에는 소재와 형태, 놓인 자수마저도 의미가 있다. 다발킴은 한복에 담긴 사회 관습과 이분법적 틀을 해체한다. 동물가죽, 식물재료로 지은 한복은 양성적이며 통합적 정체성을 표현한다.

그런가 하면 남경민은 황진이와 신사임당의 방을 상상해 그렸다. 예술적 재능을 암시하는 물건들이 공간에 놓인 가운데 두 여성의 신분 차이에 따른 의복과 장신구가 눈에 띈다. 이외에도 이이남은 겉옷인 ‘포’ 위에 산수화를 투영하고, ‘동그리’ 캐릭터로 유명한 권기수는 관복의 흉배와 비단 댕기를 본인 스타일로 그려냈다.

작가들의 한복 변주가 흥미롭게 펼쳐지는 전시 끝엔 관객들의 차례다. 전시 연계 프로그램 ‘나의 한복 기억 일기장’은 한복에 대한 참여자의 기억을 떠올리는 시간이다. 그림 일기장에 자유롭게 기재한 뒤, 이야기를 공유하며 삶의 여정을 되돌아보는 과정을 통해 잠시나마 현대 미술작가가 되어보는 프로그램이다.


환기미술관 ‘뮤지엄가이드’전 김환기 뉴욕 스튜디오 [환기미술관 제공]

▶환기미술관, 눈으로 소리로 향으로 읽는 환기=서울 종로구 환기미술관은 소리와 향을 비롯한 다양한 감각으로 김환기를 조명하는 전시 ‘뮤지엄가이드’를 진행한다. 미술관은 한국 대표 작가로 꼽히는 김환기의 원작을 볼 수 있는 것으로도 이미 유명하다. 이번 전시에선 원작에 대해 디지털 이미지와 영상으로 재현한 작품도 나온다.

전시는 크게 ‘예술의 향’, ‘예술가의 방’, ‘예술의 결’로 나뉜다. 김환기는 1963년 50세의 나이에 홍익대학교 미술대 학장이라는 타이틀을 던지고 뉴욕으로 향한다. 1974년 생을 달리하기까지 작가는 뉴욕에서 다양한 도전을 하고, 그 끝에 ‘전면점화’라는 추상 작업을 탄생시킨다. ‘예술가의 방’은 이렇게 치열했던 고민의 장소인 뉴욕 스튜디오를 소환한다. 그 분위기를 소리와 향취로 재해석했다. 작가가 걸었던 예술세계로의 여정을 공감각적 경험으로 제시한다.

배리어프리(barrier free)를 내건 전시답게 후각 가이드 ‘작품의 향’과 조용욱 음악감독이 제작한 청각 가이드도 제공된다. 전시 외에도 시각장애인, 치매 노인, 어린이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두 전시 모두 문화체육관광부가 진행하는 ‘2023 박물관·미술관 주간’에 참여하는 연합 전시로 오는 7월 30일까지 이어진다. 문체부 담당자는 “큐레이터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전시 기획에 시민들이 함께 참여하고, 장애인 등 소외계층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전시방식을 도입했다”며 “어렵고 딱딱한 공간이라는 선입견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한빛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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